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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와 떠나는 여행

까사바트요, 까사밀라, 구엘공원 : 가우디의 감성을 담을 수 있는 곳

Barcelona, Spain

2018년 1월 15일 둘째날

 

까사 바트요(Casa Batllo), 까사 밀라(Casa Mila), 구엘 공원(Park Guell) : 가우디만의 감성이 담긴 걸작들

 오전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장엄한 모습에 감탄했던 와말남과 꼬꼬는 메뉴 델 디아가 제공되는 레스토랑에서 가이드님과 점심을 먹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메뉴 델 디아(오늘의 메뉴)란, 바르셀로나에서 평일 점심(오후 1시~4시)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는 코스 요리를 말합니다. 애피타이저-메인요리-디저트와 음료가 하나의 코스로 나옵니다. 가격은 11~15유로 정도 하구요. 와말남과 꼬꼬는 가이드분과 함께 매일매일 다른 메뉴가 메뉴 델 디아로 제공된다는 "La Rita"라는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자 많은 손님들로 꽉 차서 자리가 없을 정도였지만, 와말남과 꼬꼬에게는 그닥 만족스러운 식사는 아니었습니다. 메뉴가 임의로 계속 바뀌는지라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좋은 메뉴가 걸리는 것이 복불복인 듯 했습니다.

 점심을 먹은 뒤, 가까운 까사바트요에서부터 투어가 시작됩니다. 부자들이 거주하던 그라시아 거리에 죽 늘어선 화려한 디자인의 집들 사이에서 까사 바트요는 특유의 독특한 외관으로 와말남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습니다.^^

- 까사 바트요(Casa Batllo) -

 까사는 '집'을 바트요는 '집의 소유자'를 뜻하므로 '바트요 씨의 집'이라는 의미가 되겠음. 바트요 씨가 자신의 옆집인 까사 아마트예르가 예쁘게 지어진 것을 보고 가우디에게 리모델링을 요청해 만든 작품. 까사 바트요는 해골 모양의 테라스, 다리뼈 모양의 기둥, 척추 모양의 지붕 덕분에 "뼈다귀의 집"이라고도 불림.

 가우디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설명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까사 바트요의 희귀한 디자인이 무엇을 모티브로 한 것인지에 대해 세 가지 다른 설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1. 인체를 표현한 것이라는 설

 테라스 난간의 해골 모양, 정강이 뼈를 본 딴 듯한 기둥들, 그리고 집 가장 위쪽의 척추 뼈 모양을 한 듯한 부분까지 가우디의 인체에 대한 전문가 뺨치는 관심과 지식이 표현된 것이다.

 2. 바다를 표현한 것이라는 설

 건물 외부의 곡선과 타일들은 바다의 파도와 물거품을 그리고 테라스의 해골 모양은 바다를 떠다니는 배를 표현한 것이다.

 3. 카탈루냐의 성인(聖人) 조르디 신화를 표현한 것이라는 설.

 어느 마을에 용이 나타나 아가씨를 제물로 바쳐야 했는데 마을 아가씨를 모두 제물로 바치고 이제 왕의 딸인 공주만이 남았을 때 나타난 성인 조르디가 용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해낸 신화를 표현한 것이다. 해골은 용의 제물이 된 사람들, 맨 위의 굴뚝은 조르디의 창, 지붕은 비늘에 덮힌 용의 척추 부분을 표현했으며 용이 피를 흘린 자리에 피어난 장미꽃 봉오리는 굴뚝 옆, 집의 가운데에 있는 장식이 의미하는 것이다.

 와말남이 듣기에는 세 가지 설 모두가 까사 바트요의 디자인을 정확히 잘 짚어내고 있어서 그 어느 것이 진짜인지는 가우디만이 알고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훗~

 까사 바트요는 내부 입장이 가능한데요, 온라인 예약은 24.5유로, 티켓 판매처에서 구입하면 29유로를 지불해야 합니다. 꼬꼬랑 둘이서 38유로나 내고 관람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내부 관람은 과감히 패스했건만 꼬꼬는 아직도 좀 아쉬워합니다. 까사 바트요 내부 입장권은 아래 사이트에서 미리 구매 가능합니다.

https://www.casabatllo.es/en/online-tickets/

 초콜릿 공장 사장이었던 아마뜨예르 씨의 요청으로 호세그 푸이그 이카다팔츠크라는 건축가가 만든 까사 아마뜨예르도 시선을 머무르게 할 만한 충분한 매력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1층에 위치한 까페 파보릿의 메뉴도 맛있고 인테리어도 예쁘다고 하니 시간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들러 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와말남은 못 가보고 왔습니다.ㅠ.ㅠ

 밤에 만난 까사 바트요는 조명때문인지 더 신비롭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디자인에 관한 세 가지 설 중에 바다를 표현한 것이라는 설에 걸맞게 물보라치며 물거품을 만들어 내는 파도의 청량한 느낌이 더 나는 듯 하달까요? 조개 껍데기랑 해파리도 보이는 듯 하구요~ 갑자기 감성적으로 변한 와말남 ㅋㅋㅋ


 

 집 시리즈 중 두 번째로 만난 곳은 까사 밀라입니다. 아까 적은 설명대로 유추해 보자면, 밀라 씨의 집이 되겠네요~

- 까사 밀라(Casa Mila) -

 바르셀로나 신도시 계획 당시 사업가 밀라 씨의 요청으로 설계된 고급 연립주택. 각각의 집들은 구조는 물론, 창문 하나, 발코니 하나도 같은 모양으로 설계된 것이 없이 모두 다 다름.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역을 연상시키는 듯한 테라스의 철제 난간, 구불구불한 곡선 형태의 외관, 그리고 투구를 쓴 기사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옥상 굴뚝(스타워즈 감독이 영감을 얻은) 등 어느 것 하나 예사로운 것이 없음. 석회암으로 만든 건물 안은 두 개의 중정(건물 중앙부에 설치된 안채와 바깥채 사이의 뜰)을 주변으로 집들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로 냉난방 시스템은 물론 엘레베이터도 갖추고 있는 현대식 건물로도 손색이 없을 만한 건축물. 하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혹평을 받았으며 '라 페드레라(La Pedrera)' 즉, '채석장'이라고도 불림.

 직선이 주를 이루는 사각형 모양의 건물을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던 기존의 정형화된 고정관념을 박살내버린 가우디의 천재성에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단순히 디자인을 독창적으로 스케치한 영감으로 그치지 않고 전문적 지식과 결합해 그것을 실제적인 건물로 만들어 낸 그 열정이 새삼 또 놀랍구요~

 그라시아 거리에서의 관광은 이쯤에서 마치고 이제 그라시아 거리를 따라 달리는 24번 버스를 타고 구엘 공원으로 향합니다. 24번 버스가 관광지들을 지나가서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소매치기도 많이 당하게 되는 버스라고 하네요~그 말을 듣자마자 가방을 한 번 더 잘 확인하는 꼬꼬~ ㅎㅎㅎ 이 24번 버스는 사흘 뒤 와말남과 꼬꼬를 야경이 끝내주는 '더 벙커'로도 데려가 줍니다. 그 때 다시 한 번 더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T10 티켓 뒷면에 찍힌 티켓을 사용한 횟수입니다. 8번까지 찍혔으니 이제 여덟 번 더 사용할 수 있습니다.^^


 24번 버스에서 내린 곳은 구엘 공원의 무료 입장존과 바로 연결되는 후문인 듯 했습니다. 삼삼오오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여워서 한 컷! 오후가 되니 바람이 차가워지면서 조금 쌀쌀해지기 시작합니다. 구엘공원 입장료는 8.5유로.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하면 7.5유로에 티켓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티켓 예매 사이트이구요.

http://www.parkguell.cat/en/buy-tickets/

- 구엘 공원(Park Guell) -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이 영국의 한 전원도시를 모델로 하여 전원 주택 단지를 만들어 분양하고자 가우디에게 의뢰했던 곳. 60채 이상의 집을 지어 부자들에게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돌이 많은 경사진 높은 곳에 위치하여 분양이 되지 못함. 가우디가 살았던 집을 비롯한 몇 채만 지어진 채 공사가 중단되면서 바르셀로나 시의회가 사들여 공원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함. '자연에는 직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했던 가우디의 건축 철학이 모두 담겨 있는 가우디 작품의 진수라 할 만한 곳. 구엘 공원은 무료존과 유로존으로 나뉘어 개방되고 있으며 유명한 벤치가 있는 공원 중앙부의 광장을 비롯해 광장 좌측에는 파도 동굴이 그리고 광장 아래에는 관리실과 직원 휴게실로 쓰인 두 개의 건물이 위치한 주 출입구로 구성됨.

 구엘 공원은 와말남과 꼬꼬가 카우플라잉과 함께 한 가우디 투어의 마지막 일정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좀 더 여유를 갖고 천천히 둘러 볼 수 있었네요~ 구엘 공원의 가장 높은 곳까지도 걸어서 가보고 이렇게 드넓게 펼쳐진 바르셀로나의 전경을 보며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습니다. 구엘 공원. 공원은 산책. 산책은 천천히 걷기. 뭐 이런 공식이 와말남의 머릿속에 자연스레 떠오르면서 말이에요~^^

 

 

 무료존을 천천히 산책하며 구경을 마친 후 이제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유료존으로 들어갑니다. 또 얼마나 멋진 가우디의 작품들을 만나게 될까요? 유료존을 좌측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았기에 젤 먼저 만난 곳은 파도 동굴이 있는 곳입니다.

 여러 개의 기둥들이 모여 파도 치는 듯한 모습의 동굴을 만들어냅니다.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파도 속으로 들어가면 이런 기분일까요? 구엘 공원 자리가 경사가 있어서 이렇게 기둥들을 많이 세울 수 밖에 없었다던데 그런 기둥 하나 하나도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 놓은 가우디입니다.

 야자수 나무를 본 따 만들었다는 기둥들은 하나하나 각기 다 다른 모양으로 똑같은 기둥은 단 한 개도 없다고 합니다. 인공적으로 만들기 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재료인 주변의 돌을 주워다가 쌓았다고 하네요~

 그리고 나무 모양의 기둥들 중 이 하나는 가우디가 공사 현장에서 본 물을 길어오는 여성의 모습을 본따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표정은 지쳐 있는 무표정한 표정이라고 설명을 들었어요~ 꼬꼬야~ 저기 가서 서봐~ 하니까 자동적으로 나오는 꼬꼬의 재밌는 표정과 포즈입니다 ㅋㅋㅋㅋ

 이제 공원 중앙부의 주 출입구에서 올려다 본 모습입니다. 쉬는 공간인 광장의 벤치로 가는 계단으로, 여기서부터 곡선의 미학과 함께 가우디 건축의 또 다른 중심축인 화려하고 독특한 모자이크 장식의 타일을 흘러 넘치도록 눈에 담아올 수 있습니다.^^ 이 계단은 세 부분으로 나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첫 번째는 이 일본식 정원. 유럽인들이 보는 일본식 정원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는 악의 기운을 물리쳐 준다는 가고일. 파리의 성당들에서도 많이 봤던 가고일이에요~ 악의 기운을 내뿝는다는 입에서 사알짝 침이 흐르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은 꼬꼬가 손을 얹고 신나한 구엘 공원의 마스코트 도마뱀인데 연금술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해요~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도마뱀 위에 손을 얹고 사진을 찍는 포토존입니다. 이 도마뱀 앞에는 보안요원이 도마뱀을 지키고 있는데 도마뱀 주변 난간에 걸터 앉아 사진을 찍으려 하면 바로 제재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벗뜨 그러나!! 이쁜 아가씨가 그렇게 하면 못 본 척 눈 감아 준다더라구요~ 꼬꼬요? 꼬꼬는 시도도 안했습니다. 본전도 못 건질까봐요~ㅋㅋㅋㅋ

 계단 위에서 바라본 관리실과 직원 휴게실 건물입니다.

 아지자기한 두 건물의 모습은 헨젤과 그레텔 동화에 나오는 과자집을 모티브로 만든 것이라고 해요~ 가우디는 이 구엘 공원에 정말 많은 것을 담고 싶었나 봅니다.

 동화 속 과자집을 배경으로 꼬꼬도 한 장 찰칵!! 꼬꼬가 맘에 들어하는 자기가 이쁘게 나온 사진 중 하나입니다. ㅋㅋㅋㅋㅋ

 이곳은 두 갈래로 나뉘는 계단 위로 올라와 만날 수 있는, 벤치가 있는 곳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들이 늘어선 곳입니다. 건조한 기후로 인해 바르셀로나는 물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우디는 광장에 내린 비가 이 기둥 안에 설치된 하수관으로 흘려 들어오게 한 뒤 이 비를 모아두는 저장 공간을 여기 기둥 밑 지하에 만들어 두었다고 하네요~ 빗물을 모아 다시 쓸 수 있도록 말이죠~ 위쪽에 있는 벤치에도 빗물을 모아 흘려보내는 수로가 설계되어 있고 파도 공원 곳곳에도 빗물을 모으는 듯한 구조물이 벽에 달려 있는 것이 바로 그 이유에서겠지요~

 이곳의 기둥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상징하고 천정의 올록볼록한 구조는 구름을, 커다란 둥근 모양의 진한 녹색 바탕의 장식은 해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가지 해 장식이  있다고 했으니 꼭~ 확인해 보세요~ 이곳은 아마 비가 많이 내리길 바라는 가우디의 소망이 담겨 있는 곳인가 봅니다.^^

 드디어 마지막 장소인 그 유명한 벤치가 있는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벤치 아래 빗줄기 기둥들이 있던 곳도 그렇고 여기 벤치가 있는 광장도 그렇고 반은 공사중에 있어서 그 아름다음도 반만 느껴지는 듯 하는 괜한 서운함에 좀 아쉬웠습니다.

 아까 말했던 빗물이 모여 흘러나가는 구멍과

 수로가 빙 둘러싸고 있는 벤치의 바깥 부분이네요~

 가우디는 이렇게 화려한 색채를 뽐내는 조각난 타일들을 붙이는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트랜카디스'라고도 불리는 깨진 유리나 타일 조각을 붙여 모자이크 형식으로 만드는 기법이지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탑, 까사 바트요의 척추 모양 지붕 등 가우디 건축물의 곳곳에서 트랜카디스 기법을 찾아볼 수 있는데 아마 그 방식이 전해주는 화려한 색채의 아름다움은 여기 구엘 공원의 벤치에서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깨진 타일 조각 하나 하나에 가우디의 숨결이 베어 있는 듯 느껴지네요~

 곡선의 아름다움을 잘 살린 이 벤치는 딱딱한 돌로 만들어진 벤치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가 앉아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와말남도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찾아 앉아서는 하늘을 보며 잠시 쉬어 봅니다. 뱀처럼 구불구불 끝이 안보이게 이어진, 이 넓지도 푹신하지도 않은 벤치가 주는 처음 느껴보는 안락함이 좀 신기하긴 합니다. ㅎㅎㅎ

 공사하는 모습이 쉬고 있는 동안에도 눈에 들어오네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도 그렇고 공사하는 모습이 가우디의 작품과 함께 시야에 들어오니 좀 많이 아쉽긴 합니다.

 이렇게 해서 와말남과 꼬꼬는 가우디 투어를 모두 마쳤습니다. 오늘 하루 가우디가 남긴 걸작들을 돌아 보면서 세상에 대한 와말남의 지식의 또 한 페이지가 완성된 듯 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한 가우디만의 독특한 디자인과 건축 기법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매일 매일 공사 현장을 둘러보며 스스로도 타일 조각을 주워와 붙였던 그의 열정, 그리고 자신의 건축물에 대한 그의 끔찍한 애정을 마음 속에 잘 담아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