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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말남과 꼬꼬의 미드 이야기

넷플릭스 추천 영드 블랙미러 시즌1 : 에피소드2


<사진출처 : 넷플릭스>


블랙미러(Black Mirror) 시즌 1 : 에피소드 2

 에피소드 2 : 1500만 메리트

 사방에 수 십개의 작은 화면들이 빼곡한 좁은 방에 한 남자가 잠을 자고 있다. 화면에 나타난 닭이 울자 남자는 일어나서 손짓으로 닭의 울음을 멈추고 하루를 시작한다.

 남자의 이름은 빙햄 매드슨. 빙이 아침에 일어나 향한 곳은 자전거가 쭉 늘어선 흡사 헬스클럽 같은 곳. 똑같은 회색의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이 곳에서 하루 종일 자전거를 돌린다. 사람들은 전기를 만들어 내는 듯한 이 자전거를 돌린 시간에 비례해 시간기록이라는 가상화폐를 얻게 되고 그 화폐로 생활한다. 도플이라 불리는 자신을 대신하는 아바타를 꾸미는데서 부터 자판기에서 음식을 사는 데에, 치약을 한 번 짜낼 때에, 그리고 화면 속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에도 말이다. 프로그램 시청 중에는 끊임없이 광고들이 나타나고 보고 싶지 않은 광고가 나와도 마음대로 끌 수도 없다. 보지 않으려고 하면 시끄러운 경고음이 들리고 이를 없애려면 화폐를 써서 벌금을 내야 한다.

<사진출처 : 넷플릭스>

 하루 종일 자전거를 돌리고(화폐가 없거나 자전거를 돌릴 수 없는 사람은 노란색 옷을 입고 쓰레기를 치우는 허드렛일을 한다.), 인공적으로 배양된 음식을 먹고, 좁은 방에서 혼자 TV를 시청하는 일이 전부인 이런 삶에서 벗어나는 길은 "핫샷"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재능을 인정받는 것 뿐. 

 어느 날 우연히 빙은 평소 호감을 갖고 있었던 아비가 노래 부르는 것을 듣게 되고 아비에게 핫샷에 나갈 것을 권유한다. 핫샷에 나가려면 엔트리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 티켓값이 1500만이다. 빙은 형의 죽음으로 물려 받은 자신의 화폐로 엔트리 티켓을 구입해서 아비에게 선물하고 잔고는 바닥이 나지만 아비를 응원하며 마냥 기쁘기만 하다.

<사진출처 : 넷플릭스>

 가수가 되어 멋진 노래를 들려줄거란 기대와는 달리 아비의 외모가 더 맘에 들었던 심사위원들은 아비에게 성인 방송의 배우가 될 것을 제안한다. 오디션 전에 마신 수상한 음료 때문인지 아님 지금의 생활이 너무나도 버거웠던 때문인지 아비는 결국 심사위원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빙은 이제 아비를 성인 방송 영상에서만 만날 수 있다. 아비를 위해 엔트리 티켓을 구입하느라 화폐도 바닥이 나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 밖에 없는 것.

 괴로워 하던 빙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남이 먹다 만 음식을 주워 먹으며 쉬지 않고 자전거를 돌리기 시작하고 화폐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 1500만에 달하자 엔트리 티켓을 구입한다! 깨진 유리 조각을 허리춤에 숨기고 오디션장으로 들어가는 빙!!

<사진출처 : 넷플릭스>

 블랙미러(Black Mirror) 시즌 1은 에피소드 1에 이어 에피소드 2에서도 미디어가 지배하는 미래 사회의 우울함이 잘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 속 미래 사회는 한 개인이 가상의 화면에 둘러싸여 전기를 만들어 내는 수단으로써만 존재하고 이런 삶에서 벗어나려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우승하면 된다고 희망을 주지만 이 또한 정해진 시스템에 순응하게 할 또 다른 부류의 수단인 개인이 필요할 뿐이다. 한 인간으로서의 진정성, 실체로서의 가치가 중요한 것이 아닌 시스템 유지를 위해 필요한 어느 정도의 쓸모를 가진 자원이냐로 분류되는 인간만이 존재하는 사회인 것이다.

<사진출처 : 넷플릭스>

 시간 기록을 모으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자전거 페달을 돌려야 하고, 잠자는 시간 빼고는 온 하루를 미디어가 제공하는 가상의 현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드라마 속 사람들의 모습은 지금 현재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는 우리는 빙과 함께 분노하고 시스템에 맞서 싸우려는 빙을 응원하면서 그를 통해 무언가를 이뤄내고 싶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 맞서고자 하는 용감(?)한 개인의 최후란 결국 또 다른 방식으로 시스템에 순응하는 것일지도... 그래서 빙의 선택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