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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말남과 꼬꼬의 미드 이야기

넷플릭스 범죄 스릴러 대표작, 미드 마인드헌터(Mindhunter) 시즌 1

<사진출처 : 넷플릭스>

마인드헌터(Mindhunter) 시즌 1

<사진출처 : 넷플릭스>

  처음 시작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한 남자가 인질 다섯 명을 잡아 두고 아내를 불러오라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던 상황. 한 FBI 요원이 도착해 인질범과 대화를 하며 상황을 천천히 풀어나가려 하던 중, 인질범은 자신의 목에 총을 쏴 버린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질범의 머리가 날아가는 장면에 깜짝 놀래며 1화를 시작했다. 대부분이 그렇듯 대화로 잘 해결해서 그를 체포하며 사건이 마무리 되겠거니하고 방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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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잘 알려져 있고 널리 쓰이는 수사 기법인 프로파일링이란 것이 그 개념조차도 성립되지 않았던 1977년의 미국. ‘동기, 수단, 기회’ 이 세가지로 범죄를 공식화하는 대신 범죄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믿었던 FBI 요원 홀든 포드(조나단 그로프)가 또다른 요원 빌 텐치(홀트 맥칼라니)와 함께 미국 전역의 흉악한 연쇄 살인범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심리를 파악하려는 연구를 통해 프로파일링의 토대를 마련해 나간다는 줄거리이다. 여기에 전문가의 입장에서 조언을 하며 가이드라인을 잡아 줄 웬디 카(애나 토브) 박사까지 합류하게 되고 셋은 새로운 부서를 구성해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범죄자를 분류할 쳬계를 정립해 나가며 이 때 처음 "serial killer"라는 용어도 만들어 내게 된다.

<사진출처 : 넷플릭스>

프로파일러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존 더글라스의 자전적 논픽션 <마인드 헌터>를 각색한 이 드라마에서 홀든과 빌이 만난 연쇄 살인범들은 대부분이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1970년 대 초,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에서 6명의 여대생과 조부모와 어머니까지 살해한 에드워드 캠퍼를 비롯해 여성의 하이힐에 집착하며 4명의 여성을 살해한 제리 브루도스, 8명의 간호사를 살해한 리처드 페릭까지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살인범들이 여럿 등장하며 홀든과 빌의 연구 자료가 된다. 그 중, 에드워드 캠퍼는 모든 에피소드의 처음과 끝을 함께하는 주요 인물이다. 드라마 속 홀든과 빌의 연구는 에드 캠퍼를 만나면서 시작되는데 에드와 함께 시작된 인터뷰는 그의 첫 등장부터 내내 눈을 떼지 못하도록 시선을 잡아 끄는 무언가가 있다. 2m의 거구에 느릿느릿하지만 또렷한 말투, 그리고 차분하게 이끌어 나가는 대화의 기술. 범죄자에게서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거침없이 내뱉는 욕설이라던지 껄렁한 태도 같은 건 에드에게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놀라운 점은 그가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짓에 대해 아무런 감정의 표현 없이 무덤덤하게 얘기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어느새 그가 내뱉는 말들에 홀든과 빌만큼이나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 미드 마인드헌터(Mindhunter)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자극적인 장면이나 효과 없이 오로지 등장 인물들 간의 대화와 표정, 분위기 만으로도 충분히 집중하고 빠져들게 만드는 그것 말이다.

<사진출처 : 넷플릭스>

 마인드헌터(Mindhunter)는 극 전반에 걸쳐 내내 차분하고 정적으로 흘러간다. 초반 3화까지는 감기약 탓인지 자꾸만 감기는 눈을 부릅뜨며 봤을 정도로 말이다. 확실히 지정생존자나 기묘한 이야기 등과 같은 미드들과는 달리 빠른 전개로 단숨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은 덜하다. 하지만 어쩌면 의도적이었을 지도 모르는 이 느릿한 전개가 명불허전인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과 배우들이 뿜어낸 연기력(특히 에드워드 캠퍼 역의 카메론 브리튼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과 함께 이뤄낸 거부할 수 없는 그 흡입력 때문에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멈출 수 없다. 그리고 10화의 마지막 10분. 그 10분이 이 모두를 증명해 준다.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그리고 짧게 나눈 몇 마디의 대사만으로 한 인간을 극한의 공포로 몰아넣는 그장면에서는 그 감정이 화면 밖으로도 너무나 생생하게 전해져 저절로 몸이 움츠러 든다. 에드가 물은 “why are you here, holden?”이라는 질문에 홀든이 답한 “I don’t know.”  홀든의 자만심에 일침을 놓는 “그것이 진실”이라는 에드의 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누가 안다고 확신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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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 전반에 걸쳐 띄엄띄엄 그러나 꾸준히 등장하는 한 인물이 있다. 아직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 곧 무언가를 행동에 옮길 듯한 긴장감을 주는 그. 캔자스 파크시티에 살면서 보안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이 남자가 마인드헌터(Mindhunter) 시즌 2에서는 시즌 1의 에드 캠퍼 와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새로운 인물이 홀든과 빌과 어떻게 만나 또 어떤 식으로 극의 서스펜스를 더해줄지 기대하면서 마인드헌터(Mindhunter) 시즌 2를 기다려 본다.